[단편] 시계

"시계가 사라졌다!"



조간신문들의 헤드라인에는 저 맨 위에 있는 글자가 장식을 이루었다.


맨 처음 사람들은 저 글이 무얼 말하는 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계가 사라지다니? 무슨 탤런트의 시계라도 사라졌단 말인가? 아니면 대통령?


-온 세상의 시계가 사라졌다. 당신의 손목시계도 도시 빌딩 위에 있던 전자시계도. 전국 아니 전세계의 시계점들은 밥벌이가 사라져서 울상이다. 하룻밤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기적같은 일이다. 아무리 거대한 조직에서 이런 짓을 하더라도 그 엄청난 무게의 시계들을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람들은 이 글-물론 다른 신문사에서는 다르게 썼겠지만-을 읽고 코웃음을 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헛소리야 시계들이 다 없어지다니 무슨 개그 하는 거야 하면서 무시하려 했지만 곧 자신들의 집을 둘러보고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집에 있던 시계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다.


침대 옆에 놔두었던 자명종 시계도

장식하려고 놔뒀던 19세기풍 시계도

월급 탈탈 털어서 산 명품 시계도

고장나서 버린 고물 시계마저도


전자 시계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시간이 제각각 돌아가고 있었다.


어떤 집은 오전 1시

어떤 집은 오후 6시

어떤 집은 오후 3시45분

어떤 집은 시간이 나오는 부분에 숫자가 아예 깨져 나오기까지 했다.


사람들은 시계가 사라진 그 날에는 별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회사, 학교, 학원등 자신이 가야할 장소에 알아서들 갔다.

퇴근 시간과 수업이 언제 끝나는 지 잘 몰라서 약간의 불편함이 따랐지만 그들은 아직 시계가 그들에게 엄청난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계가 사라져 버린지 세째날

여기서부터 사람들은 뭔가 잘못 되어 감을 조금씩은 느끼고 있었다. 시계가 없으니 대체 버스가 언제 올지 집에서 언제나가야 될지를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버스들은 거북이처럼 늦게 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아예 오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퇴근시간은 과장이 일부러 늦게 보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이 굉장히 길어진 느낌마저 들었다.

각나라 대통령들의 외국방문은 연기가 되거나 아니면 가기 전에 전화를 해서 그 나라의 대표가 공항에서 몇 시간이고 기다리게 하는 일이 생겨버렸다.

각 회사들은 외국바이어들이 언제 올지 몰라 아침부터 준비를 했으며, 바이어들은 언제가야 될지를 몰라서 대충대충 감을 잡아 가기도 했다.

주식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변동을 치기 시작했다. 유망한 주식이 폭락하기도 하고 별 관심이 없었던 놈들이 주가를 마구 올리기도 했다.


그들에게 있어 정확하게 시간을 알 수 있는 건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뿐이었다.



시계가 사라진지 일주일째


학생들은 학교를 늦게 나가고 있었다. 아니 대부분 나가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늦게 가도 시간을 몰라서 말입니다- 라고 둘러대기만 하면 되었다. 그 사정은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지각을 하는지 제시간에 오는지 전혀 알지를 못했으며, 해가 서쪽으로 기운다 싶으면 대부분이 회사를 나가버렸다. 


어느 회사는 완전히 망해버렸으며, 택배회사에서는 왜 이리 늦게 오냐는 전화가 빗발쳤다. 그건 다른 운송업도 마찬가지였다. 어째서 과일이 늦게 오는지 석유가 늦게오는지 공급쪽에서는 하루에 전화를 받고 설명하는게 일이었다.

대부분의 외국방문일정은 모두 취소가 되었으며, 분쟁지역에서의 전투는 정확한 공격시간을 몰라 대부분 이길 전투는 져버리거나 질 전투도 이기는 일마저 생기고 말았다. 

사람들 중에서는 시계가 사라진 것에 대해 잘 됐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고, 불편해 죽겠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모두들 어쩌면 지금 이 사태를 즐기고 있는지도 몰랐다. 



시계가 사라진지 한달째


사람들은 이제 시계가 없어도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이제 패스트푸드점은 빠른 것으로 승부를 내는 곳이 아닌 맛으로 승부를 내는 곳이 되어버렸다. 자연히 좋은 맛 좋은 고기 좋은 야채 좋은 서비스로 승부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방송국에서는 황금시간대를 맞추어서 개그프로그램이나 토크 쇼등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들은 이제 자신들이 몇 달 몇 년에 걸쳐 만든 다큐멘터리나 영상 에세이 등을 가족들이 모두 같이 있을 시간에 틀어주었다. 더 이상 시간에 맞출 필요없이 그들은 시청자가 원하는 방송을 내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게 자의든 타의든 간에.

버스와 택배회사들은 더 이상 왜 늦게 오냐는 전화를 받지 않았으며, 주식시장도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여가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이제 사람들은 잠을 쫓아내면서까지 일을 하거나 곤한 잠을 깨우며 일어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모두들 이런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시계가 사라진지 한 달하고도 일주일 째


동방에 작은 나라에서 한 발명품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휴대용 해시계 발명


모두들 그 발명품에 격찬을 보냈다. 언제 어디서나 지금이 몇 시인지를 알 수 있었다. 모두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하며 이마를 탁-치기도 했다.  다만 흠이라면 밤에는 알 수 없는 게 문제였다.


옛 조상이 만들었다던 해시계를 현대인의 구미에 맞게 새롭게 디자인을 하고 휴대성과 경량성을 극히 높여 만들었다. 

그 시계는 전국, 아니 전 세계적으로 주문량이 폭발했으며 그 회사는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의 일상도 조금씩 바뀌었다.

해시계덕택에 낮에는 일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 다만 시(時)만 알 수 있었지 분(分)은 제대로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약간의 지각정도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약간은 바빠진 생활에 사람들은 그런대로 적응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시계가 사라진지 한달 하고도 이주일째


휴대용해시계는 선풍적인 인기를 이끌었으나 밤에는 알 수 없는 흠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었다.

그때 동방의 섬나라에서 획기적인 발명품이 나왔다.


- 해의 움직임을 인공위성으로 알아내 바로 시계에 나타내주는 방식의 신개념 시계 탄생


하지만 그 시계는 놀라우리만치 정확했고 시간도 영어외 전 세계에 몇 십가지 언어가 나타내는 기능도 있었지만 가격은 갑부만이 살 수 있는 가격이었고, 부피도 휴대용해시계보다 배로 커서 사람들에게는 별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기업체에서는 무리해서 그 시계를 사들여 자신들의 로비에 걸어두기도 했다. 그 때문에 그 회사직원들은 오전 8시마다 회사에 오라는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시계가 사라진지 두달째


서방의 제일 세력이 강한 나라에서 정말 획기적인 발명품을 만들어 냈다.


-밤에도 악천후에도 시간을 알 수 있는 시계발명


그 시계의 제작과정은 극비리에 붙여졌으며, 다만 알 수 있는 건 햇빛을 받아 시간을 알 수 있는 해시계처럼 달빛으로 알 수 있다는 것뿐이다. 그 회사에서는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으며 한 기자가 던진 마지막 질문에만 대답한 것으로 그 시계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


-기자: 어떻게 악천후에도 볼 수 있습니까?

-회사측 대변인: 말씀해 드릴 수 있는 것은 '충전'이라는 단어뿐입니다.


싼 가격과 물량공세로 그 회사의 제품은 곧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로 인해 동방의 작은 나라와 섬나라의 회사의 주가는 땅바닥질을 쳤고, 서방제일세력나라의 회사는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 그들은 그 시계의 제작과정 및 내부설명을 극비리에 붙여놓고는 그들만이 알 수 있게 암호화시켜버렸다.

다른 회사에서 자신들의 시계를 분해하는 일을 고발하면 막대한 포상금을 주었으며, 그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더 이상 그 회사의 제품을 뛰어넘는 시계는 만들어 낼 수 없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실제도 더 이상 그 회사의 제품을 뛰어넘는 제품은 만들어 낼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다시 전처럼 시간에 쫓겨 살아가게 되었다.

새벽에 학교를 가게 되었다.

아침에 회사를 나가게 되었다.

점심 12시와 1시에 밥을 먹게 되었다.

오후 6시에 퇴근하게 되었다.

오후 11시에 학교에 나서게 되었다.

3일 이내로 택배배달은 끝마쳐야 했다.

황금시간대의 TV에서는 쇼프로그램 토크쇼만이 나왔다.

버스들은 시간대에 맞춰 돌아가야했다.


사람들은 약간은 불편했지만 여가생활을 즐기던 때를 그리워했지만 더 이상 그럴 수는 없게 되어버렸다.

시간은 그들이 시간을 느끼지 못하고 있던 때에도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시계가 없던 때의 이야기는 아득한 꿈처럼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져갔다.




그 이야기는 오직 책이나 기록문에서 찾아볼 수나 있을 것이다.




-끝- 

by noname | 2007/01/25 18:28 | 트랙백 | 덧글(1)

[단편] 도플갱어

아아, 거기 자네, 아 그래 자네 말일세-

내가 이야기 하나 해줄까?

그래, 그래 거기 앉게 그려. 그리고 눈 크게 잘뜨고, 귀 잘 열고 듣게.


옛날 옛날에 한 남자가 살았다네.

이름이 '한스'였지.

성실한 사나이였지. 아침에 누구보다도 일찍 일어나서, 밭을 일구었고 가축들을 돌보았다네.

그래서 그런지 그 사내의 밭에서 나는 곡식은 항상 풍성했고, 알이 참으로 영글었다네.

얼굴도 잘생겨서는 그 마을 처녀들은 물론, 이웃 마을 처녀들에게조차 한스의 얘기는 수다의 대상이었다네.

마을처녀들이 자신들의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한스에게 청혼을 했지만, 한스의 대답은 늘 하나 뿐이었어.


"아직은 생각이 없습니다."


어떤 처녀는 그 소리를 듣고 몇일 동안 식음을 전폐한 처녀도 있었지.

하지만 한스는 한스대로 생각해 둔 처녀가 있었다네.

바로 자신의 옆집에 사는 캐서린이란 처녀였지.

그 처녀는 말일세. 얼마나 품행이 단정하고 바른지, 게다가 얼굴까지 이쁘니 금상청화가 아니겠나.

항상 청년들은 그 처녀를 향해 사랑의 세레모니를 날렸었지.

하지만 그 처녀의 대답은 늘 하나 뿐이었어.

"아직은 생각이 없어요."


물론 그 처녀도 마음속에 한스를 품고 있었지.

하지만, 서로 서로에게 마음을 들킬까봐 조심하곤 했어,



그러던 어느날이었어.

한스가 다른 마을에 볼일이 있어 그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네.

몇일 걸리지 않는 길이었지.

그래서 한스는 경치를 구경도 할 겸, 천천히 걷기로 했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한스가 길을 잃어버린거야.

맨날 다니던 길이었는데도 말일세.

한스는 방심해서 그런가- 하고는 계속 걷기로 했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어버린거야.

어쩔 수 없이 한스는 길을 더듬으며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었지.

그런데 저멀리서 누가 걸어오는 거야.

한스는 놀라기도 하고 반가운 마음에 그 사람을 불렀지.


"저기요! 이봐요!"


그 소리를 들었는지 그 사람은 한스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네.

맨 처음은 잘 몰랐지만, 그 사람과 자신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한스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지.

왠지 자신과 비슷하다라는 느낌을 받은 거야.


처음에는 자신의 키와 덩치가 비슷하려니 생각했는데, 걸음걸이를 보니 그게 아니었지 뭔가.

게다가 그사람의 얼굴이 보이는 순간, 한스는 까무러칠 뻔했다네.

그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던 거야.

그 사람은 한스에게 미소를 지으며 가던 길을 계속 갔다네. 한스는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다른 일을 끝마치기위해 가던 길을 계속갔다네.


그리고 그 일이 끝난 후, 한스는 단걸음에 집을 향해 갔다네.

이번에는 길을 잃지는 않았는데, 왠지 밤이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지.

어쨌든 고생고생해서 자신의 집을 찾아서 갔는데, 자신의 방에 불이 켜진 거야.


그리고 점점 가까워질수록 남자와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깨달았지.

한스는 문을 박차고 열어 들어갔네.


그런데 웬 일인가.


자신의 방에는 자신이 흠모하던 처녀 캐서린과, 자신과 똑닮은 사람이 앚아서 히히덕 거리고 있는게 아니겠는가!


한스는 절망적이었다네.


바로 저번에 본 자신과 닮은 남자였거든.


"말도 안돼...말도 안돼....."


한스는 중얼거리며 그 남자에게 다가갔지.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기 흥분하지 마시고......"


"뭘 말이야! 죽여버릴꺼야! 너를! 죽일꺼야!!! 감히, 감히 내가 흠모하던 여자를 네가 감히......!!!!"


"저, 저기 말을 들어보세요......!"


"시끄러!!!"


"저를 죽이시면 당신도 죽어요. 전 당신이고 당신은 저이니까요."


"시끄러!!!"


한스는 그 남자를 다섯 토막으로 나누어버렸지.

하지만 그 남자를 다섯 토막으로 나누자 마자, 한스도 같이 다섯토막이 되어 죽어버렸다네.

그걸 본 캐서린은 충격을 받아 미쳐버렸지.


그 후로 캐서린은 남자들을 보면 붙들고는 이런 노래를 부르곤 했다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그를 죽이지 마세요. 그를 죽이면 당신도 죽어요∼

다섯 토막∼다섯 토막으로 나누어져 버려서∼

제발 그를 죽이지 말아요∼ 제발 죽이지 말아요∼"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노래를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다네.

by noname | 2007/01/25 18:26 | 트랙백 | 덧글(0)

알 수 없음.

고등학생이 되고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상한 일이 생겼다는 것일까. 보통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질풍노도의 시기이기 때문일 거야' 혹은 '아직 어렸구나' '수능스트레스 및 고교부적응현상'이라고 아무렇게나 자기 좋을 대로 단정을 지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학교는 내가 어렸을 때 슈퍼에 사탕을 사러 갈때라든지, 문구점에 낙서할 공책을 사러 갈때라든지 그 앞을 지날 때 마다 왠지 모를 두려움과 무서움이 나를 엄습해 오곤 했던 것이다.


"저 학교에는 귀신이 살고 있어"


어렸을 적 용기를 내서 말한 저 진실에 아빠는 그렇게 말했다. 장난 섞인 억양으로 나를 달래는 듯이 그렇게. 한 때 어린이의 공포심. 이라고 나도 단정을 짓고 싶었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가고, 여자의 나체라든가 기마체위라든가 자위라던가-하는 걸 알고 친구와 함께 '여자랑 언제 자볼까?' 라는 하늘에 떠다니는 몽상같은 대화를 킬킬대던 때에도, 그 감정은 그 학교를 지날 때마다 여전히 나를 따라다녔던 것이다.

그건 내가 지금 이 학교에 입학하던 날까지도 따라왔다. 비도 내리지 않고 구름도 없던 때-일기예보에서조차 입학축하연설문을 낭독하는 교장조차 이렇게 맑은 날은 없을꺼라고 하며 신입생들을 축하하던 날 그 날까지도 난 이 학교가 무서웠다. 어렸을 때부터 지나갈 때마다 학교가 나를 빨아들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빨려 들어가버리면-어두컴컴한 곳에 갇혀버리겠지 어쩌면 TV에서 나오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테이프를 백워드 매스킹 기법으로 돌리면 나오는 말을 하는 귀신이 나를 괴롭힐 것 같았다. 어린이가 필요해- 피가 필요해- 피가좋아- 라고 말하는 그 빌어 쳐먹을 테이프는 내가 그 것이 우연이란게 밝혀지고 사람들한테 내가 그랬었지-라며 웃고 넘기기 전까지는 밤에 혼자서 화장실을 가거나, 아빠 심부름으로 밤에 담배를 사러갈 때도 내 뒤를 학교와 함께 쫓아다녔다. '이야기 속으로' 나 '토요미스테리'같은 공포심 조장 프로그램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단지, 단지 그 학교만을 생각하면 저딴 TV프로그램따위 바다에나 빠져죽어버려 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난 이 학교에 오기 싫어서 다른 학교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성적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형태여서 이 학교에 오고 말았던 것이다. 참고로 말해두겠는데, 난 이 빌어먹을 학교를 3지망에다가 지원을 했다. 그 때 발표가 확정나던 날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감정을 느꼈다. 합격자 발표가 나고, 그 결과를 보자마자 젠장 신따위는 없어 라고 제일 먼저 생각이 났다.

하지만 의외로 반 분위기나 애들도 꽤 좋아 보였고, 나름대로 선생들도 재미있어서 어느 정도 재미있는 학교생활이 되겠구나-라고 생각되던 찰나에.


그런 일이 일어나 버린 것이다.


사실 난 이런 일 따위는 나에게서 일어나지도 듣지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귀신을 보았어요-죽은 할아버지가 보였어요-심령사진-유령-귀신-이런 건 다 거짓말쟁이의 입담, 혹은 눈이 삐져서 본 것 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실제로 보기전 까지는 사람이란 생물은 잘 믿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사건을 본게..어느 날 하루는 내가 수업시간에 공부를-뭐...공부를 하고 있다라는 태도는 아니었지만-하고 있었을 때였다. 그때 상황은 확실히 기억한다. 선생님은 몸을 돌려 칠판에 무언가 쓰고 계셨고, 내 짝꿍은 교과서에 글씨연습을 하고 있었다. 밖에는 비행기가 비행기구름을 만들며 어딘가로 날아가고 있었고, 나는 이 학교 지하에는 국가최후의 비밀병기가 숨겨져 있다느니, 만화의 캐릭터들이 현실세계에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며 교과서에 낙서를 하고 있었다. 분명 평상시 때와 다를 바 없는 교실풍경이었다. 따분할 만큼 지루하고도 평범한 날이었다. 우리 반 반장이 지루하다며 책을 덮을 만큼.


-스으윽


어디선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귀를 잘 파야겠어


-스으윽


천이 바닥을 끄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누가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 걸까?


-스으으윽


그리고는 내가 앉아 있는 곳 별로 멀지 않은 곳에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이 나타났다. 몸은 약간 투명한 채 보일 듯 말듯한 모습이었다. 나한테 있던 잠자리 지우개로 슥슥 하고 문지른다면 지워질지도 모를 정도로 어중간한 형태였다. 분명 잘못 본 걸꺼야-내가 게임을 많이 했나 하고 눈을 비비고 다시 그 여인을 보았을 때, 그 여인은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여인은 뭐가 부끄러운지 고개는 푹 숙였다. 덕분에 길고 긴 검은 머리카락이 배 부분까지 늘어뜰여졌다. 하얗디 하얀손은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난 그걸 보고 맨 처음 무섭다기 보다는 피부가 좋은데-얼굴은 어떨까 라고 먼저 생각이 들었다.

혈기왕성한 고교생이 여자를 맨 처음 보면 드는 망상이었다. 무섭다. 라는 느낌은 그 느낌을 느낀지 2초후에 느껴졌다. 여인의 발은 안 보여서 둥둥 떠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스으윽 스으윽' 천이 끌리는 소리가 났다. 마치 멀리서 들리는 것 같은 소리.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가운 소리.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여인의 한이 느껴지는 것 같은 소리. 몸이 차가워지고 닭살이 돋는게 느껴졌다.


나는 그때 재빨리 친구들을 살폈다. 누군가 이 여인을 봤기를. 그래서 내가 헛것을 본 게 아니기를.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스으윽


그 여인은 벌써 내 앞까지 왔다.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도망치고 싶었다. 단지, 단지 도망치고 싶었다. 이 정도라면 달려서 우리집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버스 정류장 다섯 개를 지나고 정류장에서 10분정도는 더 걸어야 나오는 우리집까지-단 한숨에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짝궁을 부르려 손을 뻗는 것 조차 되지 않았다. 빌어먹을 자식아, 날 좀 보라고! 날 봐서 내가 뭘 보고 있는지 보라고! 그리고 반 아이들에게 알려! 귀신이 있어!! 귀신이 있다고!! 그리고는 날 흔들어서 살려주란 말이다 이 바보자식아!! 그만 글씨 연습해 이 악필자식!!!



하지만 소리치는 것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비명조차 지를 수가 없었다. 목을 타고 공포가 엄습해 왔다. 공포가 내 목을 조르고 어린아이가 필요해-피가 필요해-피가좋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숨이 막히는 듯 했다. 침착해 침착하라구 난 이젠 어린이가 아니야. 이젠 고등학생이라고. 피가 먹고 싶으면 적십자 버스에나 찾아가라고 자 침착해 침착하는 거야. 라고 나 자신을 다스리려 했다.

하지만 어쩔 때에는 이성이 본능을 억누르지 못할 때가 있는 것이다. 여인이 한발짝 한발짝 나에게 다가올 때마다 광기에 빠진 히틀러처럼 히스테리에 걸린 어느 불쌍한 여인처럼 내 머리와 가슴은 마구 요동질쳤다. 단지 이 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여인이 한발짝 다가올 때 마다 내 심장이 요동치는 리듬은 알레그로에서 프레스토로 전환되었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터질 것처럼 방망이질을 했다. 심장이 찢어져서 팍-하고 터질 것 같았다. 그럼 언젠가 보았던 소설속 인물처럼 피를 말한가득 왕창 쏟아대며 대걸래로는 제대로 다 닦지 못할 어쩌면 그 대걸래를 피로 물들어 버릴 정도로 엄청 뱉어내며 즉사해버릴 것이다. 그 소설 속 인물은 자신이 그렇게 죽을 줄 몰랐겠지만, 난 알고 있다. 사형장에 가는 사형수의 마음이 이런 걸까? 시한부 인생을 사는 환자의 감정이란 이런 걸까? 죽음을 알려주고 죽여버리는 것은 정말로 잔인한 짓이다.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대상자는 죽음이 자신에게 오늘걸 눈으로 피부로 느끼며 죽는다.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불가항력적 힘에 의해 서서히 자신이 죽을 때가 온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목에 죽음의 줄이 메어질 때 모든 걸 체념하고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죽겠지.
  

움직일 수 없어-죽어버릴 꺼야-

내 뇌가 결국은 체념하고 이렇게 결론을 내린 때.

여인은 내 옆을 지나자 마자 사라지고 말았다. 마치 그러니까 마치 주전자 수증기처럼 뿌-하고 모습을 드러냈다가 슈욱-하고 사라진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수분알갱이들은 남아있어서 수건이나 타올을 조금씩 젖히듯이 내 몸에 공포를 젖혀두고 사라져버렸다. 나는 아직 진정이 안된 가슴을 손으로 억누르며 생각했다.


-뭐였을까.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보기도 전에 나는 선생님에게 넋 빼놓지 말라며 주의를 들어버리고 말았다. 다행히 그 덕택에 나는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선생님의 그 꾸중은 다른 때 듣던 것보다 달콤했고 부드러웠다. 머리가 벗겨지고 배가 나온 아저씨 선생님이지만 나를 공포의 늪에서 현실로 끌어 당겨준 사람이다. 그 때만은 그 선생님이 천사처럼 보였다. 덕분에 그 여인이 무엇 때문에 나타났을까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그게 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게 잊어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한때 머리가 잘못되서 보인 환상으로 그쳤으면 좋았을 것을. 그 여인은 감기처럼 잊을만 하면 재발하듯이 몇 일 후,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그 여인은 2~3일 간격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가는 사라지는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만일 사람이라면 그렇게 보다보면 정이 들거나 친숙해 지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되거나 그러겠지만 상대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 이(異)세계의 물질이었다. 만나면 만날수록 내 심신은 괴로워져 갔고, 결국 나는 점점 초쵀해서 갈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굿을 하든가 부적을 몸에 지니고 다니지 않는 이상은 이 빌어먹을 현상은 자꾸 나타날 것이다. 그 당시의 나는 정상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던 것 같다. 머리에 자꾸 그 여인의 모습이 비집고 들어와서는 마구 내 뇌수를 휘젓고 다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어느날 그 여인이 사라지자 마자 나는 손을 들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 여인이 사라지니까 손을 들 수 있었다. 그 여인이 나타나면 내 몸은 움직일 수 없게 꽁꽁 밧줄에 묶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밧줄을 풀려고 애쓰면 애쓸수록-더 죄어오는 것이었다.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살기위해 펄떡펄떡 움직이려 하지만 오히려 그물은 더더욱 물고기를 죄워올라 마침내는 인간들의 식탁에 내놓아지는 것이다.

그때 난 그 물고기죽음 같은 비슷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죽어버릴 듯한 느낌-


"뭐냐?"


"저기 양호실좀 가고 싶어요"


"그래"


분명 안된다 라는 분위기를 한껏 풍기는 선생이었는데 라고 중얼거리며 교실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자신의 수업에 그 누구도 빠질 수 없어. 라는 분위기를 가진 선생. 차라리 날 구해준 똥배나온 빛나리 선생이었다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그만큼 내 얼굴이 굉장히 초쵀해진 모양이었다.

교실문을 벗어나자 축축한 교실에서 빠져나온 걸 축하한다는 듯이 햇살이 내 몸에 마음껏 비춰졌다. 어두운 공포를 말려죽이고 새로운 건강한 빛이 들어오길 빌며 나는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밖을 보았다. 밝은 햇살에 비친 운동장-올해 초부터 잔디를 심는다며 이래저래 공사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제대로 안 이루어 지는 것 같다-이 보였다. 그리고 체육수업을 하고 있는 아이들. 그 모습을 보니 그 여인 때문에 죽어있던 내 몸이 활기를 되찾는 것 같았다.

나는 즉흥적인 휘파람을 불며 계단을 내려갔다.


"가지마."


"?"


순간, 나는 휘파람을 멈추었다. 혹시 내 휘파람소리 때문에 수업하던 선생이 주의주려고 주번을 시켰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에서 좀 시끄럽게 떠들어도 주의를 주는 게 이 학교 선생들이니까 그럴 확률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난 교실을 지나며 휘파람같은 건 분 적도없었고, 불수도 없었다.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에 있어서 교실을 지나갈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덕분에 휘파람이 멈추자 주위가 적막해졌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밖에서 노는 아이들 목소리도, 자는 애 깨우려고 고함치던 선생 목소리도 교실복도를 지나는 공기의 진동도 모든게 멈춰버린 듯한 그리고 죽어버린 듯했다.


'이렇게 이 학교가 적막했었나...?'


-휙-


긴장감을 푸려는 마음에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가지마."


"?! 누구...?"


"가지마"


등뒤가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 몸을 돌렸을 때 내 뒤 몇 발짝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왠 꼬마아이가 서 있었다. 아니, 꼬마이기보다는 키가 작은 학생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녀석이 우리 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얼굴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붕대투성이였다. 간간히 피얼룩이 묻어보이긴 했지만 목으로부터 시작해 그 아래는 모두 붕대로 감아져 있다는 걸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녀석은 이 학교의 규정보다는 약간 긴머리를 한 채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두 주먹은 손을 꼭 쥐고 붕대가 흘러나온 다리에 힘을 주고 있었다. 마치 내가 무엇을 잘못한 모양인 듯이-

녀석의 눈을 보았다. 뭔가 두려움이 들어 있는 듯했지만 분노가 그 두려움을 가려주고 있었다. 내가 녀석의 눈을 보자 녀석은 더욱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어느새 두려움은 원망으로 변했고 분노는 살의로 번득였다. 내가 그렇게 커다란 잘못을 한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뒤로 주춤거렸다. 나는 그렇고 싶지않은데 몸이 그렇게 움직이는게 아닌가.


"누,누,누누구야"


겨우 입을 뗐다.


"가지마"


녀석은 여전히 쏘아보며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어,어,어,어쩌라고"


"가지마"


녀석은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가버렸다. 어이, 잠깐 하고 불러세울 참이었으나 그렇게 내 몸은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내 몸이 말을 듣기 시작할 때에는 이미 내 눈 앞에서 사라진 후였고, 주위에는 천적을 피해 도망갔다 살아돌아온 새처럼 다시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떠드는 소리 고함치는 소리 웅웅거리는 소리-마치 내가 어딘가에 사라졌다 다시 되돌아온 것처럼 소리들은 이미 들리고 있었다는 듯이 내 귀에 들려왔다. 마치 내가 못들었다는 듯이.


"안녕하세요-"


"응"


약간은 걸쭉한 목소리. 불행히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우리학교 양호선생은 남자다. 그 때문에 원망의 목소리도 또래학우들에게 많았었다. 양호선생-이라하면 순결한 이미지. 왠지 예쁠 것 같은 이미지. 숫처녀일 듯한 느낌. 아직 남자친구도 안사겨본 듯한 느낌. 그런 느낌을 가진게 양호선생이다. 씨팔 왜 양호선생이 남자인거야. 라며 투덜대는 녀석들을 보며 그도 그렇지만 그런 말 하는 너도 남자잖아-라고 생각하곤 했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 학교에 부임 오려 하는 여자양호선생이 없어서 그랬다고 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뭔가 있는게 분명하다. 어쩌면 이 학교에 괴담이 많은 게 어쩌면 그 이유에 조금은 꼽사리껴있지 않을까 하는게 내 추론이다. 하지만 양호선생이 여자든 남자든 나에겐 필요 없었다. 단지 쉬고싶을 뿐이었다. 여자든 남자든 아줌마든 할머니든 군소리 않고 양호실에서 쉬겠다는 사람에게 쉬이 승낙해 주는 양호선생이 이쁜 법이다.


"쉬러왔니?"


"네, 좀 두통끼가 있어서-"


"응, 쉬어라. 아파보이는 구나. 허락은 맡았지?"


"네-"


침대에 눕고 이불을 얼굴 위까지 끌어올렸다. 갑자기 내 주위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정말 내 어릴적 상상이 현실로 되어서 나타나 버린 걸까? 아니면 정말 이 학교가 귀신의 소굴이라든가 그런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도중에 내 머리 깊은 곳에서 교실에서 본 여인과 빌어먹을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린이가 필요해-피가 필요해-피가 좋아-피가 좋아-피가 좋아-어린이가 필요해-네가 필요해-네가 필요해-너의 피가 필요해-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

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 -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 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 -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 피-피-
붉은 피-


"그만!!"


내가 소리치며 몸을 일으켰다. 그만 그만 그만 하고 복도에까지 울리더니 순식간에 모든 게 조용해 졌다. 모든게 조용해 졌다. 모든게


"일어났구나"


한손에 커피를 든 양호선생님이 내 옆에 있었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양호선생님은 내 옆에 앉았다.


"악몽을 꾼 것 같던데"


-후룩


"어때 괜찮니?"


커피를 한모금 마신 선생님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뇨"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니?"


굉장히 사무적인 어투라고 느끼던 찰나, 뒤 창문으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이 보였다.


"제가 잔지 얼마나 지났죠?"


"한 두시간쯤 됐을걸"


후룩-


"저기 저도 커피주세요"


"카페인은 청소년에게 안좋은데"


그렇게 말하고는 웃으며 커피를 내게 갔다 줬다. 먹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아까 그 꾼 꿈을 빨리 잊어주길 바라며 나는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잊어버려라

후룩

-잊는거야

후룩

-잊는.......

-피가 필요해

후룩

-잊어버.....

-피가 좋아

후룩


"선생님"


"응?"


"선생님은 귀신을 믿나요?"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주변이 조용해 졌다. 모든 시간이 멈춘듯한-패스해 패스-라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명제의 답은-이라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비디오를 보다가 일지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모든게 멈춰버린 것 같았다.


후룩


선생님은 커피를 한모금 마시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바보같은 질문이 어딨어. 귀신이라. 사람은 죽으면 그냥 흙으로 돌아가는 거야. 도깨비 불이라든가 그런건 사람의 인에서 나온 것 뿐이라고. 영혼이란 없어. 아마 보아도 신경쇠약에 불과하겠지."


".......그렇군요"


커피를 다 마시고 양호실 문을 열려는 순간, 선생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왜. 귀신이 보였니?"


"예?"


선생님은 여전히 커피를 홀짝거리고 있었다. 시선을 고정하고 한 모금씩 홀짝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귀신을 본 것 같구나"


선생님은 아까와 같은 자세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모금까지 쭉 다마신 후 선생님은 몸을 일으키더니 나를 보는 것이었다.


"귀신을 봤구나"


선생님은 아까보다 한층 더 똑똑한 발음으로 말했다. 안경너머로 보이는 눈이 아까와는 달라져 있었다.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에게 훈계를 하는 듯한 눈빛. 선생님은 안경을 고쳐올렸다.


"그래...어떤 귀신을 봤니"


아까와도 다른 분위기가 선생님주위로 모여들었다. 커피냄새와 소독약냄새합쳐진 냄새를 풍기며 사람좋게 웃던 선생님이 아니었다. 그건 마치-


"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을 보았어요"


"그 녀석 아직도 이 학교를 맴돌고 있군"


-무당같았다.


선생님은 커피잔을 든 채로 커피포트가 있는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커피잔에 고소한 냄새가 나는 커피를 가득 채운 후 축구를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한숨을 푸욱-하고 내쉬더니 축구를 하는 아이중 한 아이를 지목했다.


"너, 저 아이 보이니"


문 가까이 있던 나는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기 위해 양호선생님 옆에 갔다.
허리에 손을 댄 체 커피를 홀짝거리는 양호선생은 창문에 자국이 나도록 손가락을 꾸욱 누르며 말했다.


"저 아이 말이다."


선생님이 지목한 아이는 축구를 구경하고 있는 아이들 무리속에 있었다. 다른 아이와 마찬가지로 소리를 지르고 친구를 응원하고 있는 옆에 있는 아이들과 그리 다르지도 않은 아이였다. 손을 위로 뻗고는 누군가를 열심히 응원하고 있었다.


"네"


"아무래도 넌 귀신이 보이나 보구나"


"네?"


선생님은 커피를 홀짝이고는 나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해줄 이야기가 있단다"


선생님은 책상머리에 걸터앉고는, 나에게 의자를 권했다. 그는 내가 의자에 앉을 때까지 창 밖을 보고 있었다.


"내가 이아기를 하나 해주마"


후룩


"이 학교는 저주받은 학교다. 그래, 그건 사실이야. 그리 놀랄 필요도 없지. 교장이 발 벗어서 은폐하려해도 소문이란건 연기처럼 조금이라도 틈새가 있으면 흘러나가게 되거든. 이 터는 이 도시의 음기가 모두 모이는 음집터란다. 하루에도 몇 번 씩 이곳에는 음기가 들어오고 있어. 왜 이런 곳에 학교를 지었을지 모르겠다. 남고이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땅값이 싸서인지 아니면......."


선생님은 말끝을 흐렸다. 뭔가를 말하기 싫은 사람처럼 입술을 달싹이더니, 이내 커피를 마셨다. 커피향이 고소하게 풍겨져왔다. 그리고 먼 곳을 바라보듯 허공을 바라보며 선생님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여튼 맨 처음 이 학교가 세워질 때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지. 어쩌면 남학생들의 혈기왕성한 기운이 음기를 눌렀을 지도 몰라.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이 학교가 세워진 후 몇 년이 지나자, 너같이 귀신을 봤다는 아이가 나타났어. 그 애는 그냥 다른 평범한 아이였어. 그래 어디에나 볼 수 있는 약간 내성적이고 공부는 나쁘지도 잘하지도 않는 중간에서 노는 아이였지.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귀신을 봤다고 하는 거야. 물론 주위 애들은 거짓말이라며 비웃거나 무시를 했지. 그 아이는 다른 애들처럼 비웃거나 무시를 하고 싶었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그 애를 그렇게 만들지 못했지."


선생님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여전히 눈길은 먼 허공 아니면 양호실 천장이었다.


"커피 마실래?"


"아뇨, 됐어요"


난 커피를 마시는 것 보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다른 이야기로의 전환따위는 걸리적거릴 뿐이었다. 선생님은 다리를 약간 흔들며 다시 얘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그 애가 날로 말라갔어. 남들이 의식할 정도로 몸이 허약해 졌지. 눈이 쾡하고 어쩔때는 혼자서 뭘 중얼거리는 거야"


"뭐라고 중얼거렸죠?"


"난 죽을거야. 라고"


"........"


"그 애가 그렇게 말라가던 어느날, 그 애의 친구가 말을 걸었지.
'왜 그래? 어디 아픈거아냐?'

하지만 그 애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거야.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라구. 하하'라며 웃긴 했지만 그게 억지 웃음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어. 그래서 그 친구는 다시 말했지.

'나한테 숨기는 거 있으면 다 털어놔. 우린 친구잖아. 너 요즘 몸도 약한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이야? 누구한테 괴롭힘이라도 당하는 거야?'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신경 쓰지마. 아무것도 아니야. 이건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있어. 너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물론 친구는 자기의 친구를 더 닦달해서 귀신이 눈 앞에 나타난 다는 걸 알 수 있었겠지. 하지만 그 애는 그러지 않았어. 자기가 저럴정도면 분명 뭔가가 있다는 걸텐데-라고만 생각하고 옆에서 지켜보기로 한거지."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고 어느 가을밤, 귀신이 보인다는 애가 어느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어. 지금 학교에 나올 수 있냐고. 지금 자기가 학교인데 와서 도와줄 수 있냐고. "


"어떻게 했죠?"


"물론 그애는 갔어. 만약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묵주를 가지고. 어렸을 때 신부에게 받은 묵주인데 오래되서 빛을 약간 바랬지만 자신에게 든든한 용기를 주는 건 여느때나 마찬가지 였거든. 하여튼 묵주를 단단히 잡고 그렇게 무장을 하고 학교에 갔지. 점프주머니 안에 있었으니까 단지 추위를 타는 어느 고등학생으로 보였겠지. 차도 끊긴 데다 약간은 먼 거리였지만 늦어도 좋다는 친구의 말을 되새기며 걸어서 갔어. 그런데 학교는 불이 다 꺼져있는데다가 낮에 보던 학교와는 다른 학교라는 느낌을 받았어. 마치 자신을 빨아들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 바람은 스산하게 불고 발에는 지기 시작한 단풍과 은행잎이 밟혔어."


"커피 주실래요?"


"그러지"


맨입으로는 들을 수만 없는 무언가가 선생님의 입으로 나오고 있었다. 이야기속의 친구는 자신이 느끼던 것과 같은 걸 느끼고 있지 않은가. 왠지 오싹해진 나는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학교 교문은 열려있었고, 그 친구가 운동장에 발을 디딛었을 때. 그 애는 뭔가가 아주 잘못된 거라고 생각이 들었지. 오싹한 느낌이 들어서 주위를 살펴보았어. 그리고 그애의 뇌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지.

'학교에는 살아있는 것이 아무도 없다.'


모든게 죽어버린 듯 조용했어. 사람들은 나무들을 보며 산지 안산지 모르지만, 그것은 그들이 가만히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뿐이야. 죽은 나무를 직접본 사람은 알겠지만 죽은 나무에서는 살아있는 나무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안느껴져. 뭔가 빠져있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되지. 그런데 그 친구는 주위의 모든 것이 무엇인가가 빠져있는 걸 느끼게 된거야. 하지만 친구를 위해서 그 애는 용기를 가지고 정문에 있는 유리문을 밀었지.
끼익 하고 문이 열리는 거야. 분명 잠길 시간인데도 말야. 수위가 까먹고 안잠갔을까? 아니면 그 누군가가 문을 땄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둠속에 먹혀들어가고 있을 때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고 있는 걸 느꼈어.


'왔구나'


그 애는 자신이 부른 친구가 자신의 뒤에 서있다는 것을 알았지. 친구는 기쁜 마음으로 말했어.


'응! 근데 이 시간에 무슨 볼일이야'


친구는 아무 말없이 어둠에 삼켜지듯 걸어가며 이렇게 말했어.


'날 따라와'


당시 친구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지만 그래도 사람의 호기심이란 어쩔 수 없었는지 아니면 단지 친구의 우정이기에 그런지 몰라도 그 친구, 그러니까 묵주를 가지고 있는 그 애는 자신의 친구를 따라갔지. 마치 발을 딛어서는 안되는 그런 곳에 가는 느낌을 받으며 그 애는 따라갔어.

이윽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자신들이 공부하던 반 교실이었지. 촛불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어두운 반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고 주위에는 빨간 묵으로 그려진 부적들과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巫(무)적인 것들과 이교도적인 것들이 한데 모여있었지.


'이게 뭐야?'


'곧 알게되'


친구는 촛불 가장자리에 앉고는 뭔가를 말하기 시작했어. 이 세상에 있는 언어가 아닌, 듣지도 못했던 생소한 언어들이 모여서 주문을 만들고 있었지. 주위에는 스산한 기운이 모여들고 그 애는 묵주를 꾸욱 움켜쥐었어. 그리고는 속으로 성경구절을 외면서 자신이 되돌이킬 수 없는 그런 운명의 한가운데로 들어온게 아니기를 빌었어.


'왔다...'


'응?'


'나를 괴롭히던 놈들이'


친구는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어. 느껴지는 것이라곤 자신의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식은땀과 가을밤의 추위라곤 하지만 뭔가가 다른 느낌의 스산함뿐. 친구는 주머니에서 묵주를 꺼냈지. 그리고는 자신의 가슴에 대고는 겁에질린 어린양마냥 덜덜 떨 뿐이었어.


'당장꺼져!'


'?'


'꺼지라구!!!'


자신에게 말한 줄 알았지만 그건 다른 뭔 가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어. 허공과 바닥과 주위를 보며 친구는 꺼져 버려라든지 차라리 날 죽여 같은 말을 하고 있었지. 마치 뭔가의 홀린 것 마냥 주위를 휘돌았어.


'왜, 왜그래? 무섭잖아...'


-난 네 친구를 죽일 거란다.


'뭐?'


-난 네 친구를 죽일 거란다.


'누구야!?'


-난 피가 필요하거든


이(異)세계의 목소리가 친구를 감싸고 휘돌았어. 엄청난 한기가 느껴지고 그 애는 묵주를 잡고 성경구절을 외우려고 했지.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 보이는 것이라곤 자신의 친구가 미친 것처럼 주위에 대고 방방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지만 분명 다른 무엇인가가 이 곳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


'날 죽여어어어어어!!!!!!!!!!!!!!!!!!!!!!!!!!'


'차라리 날 죽여어어어어어!!!!!!!!!!!!!!!'


친구는 점점 날뛰기 시작했지.


'더러운 자식들!!!!!'


그리고는 알 수 없는 말들을 외치기 시작했어.

그리곤 그때 그 애는 보고 말았지.

자신의 친구 주위에 모여있는 무엇인가를. 알 수 없는 것들이 친구 주위에 모여서 친구가 하는 걸 마냥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보듯이 즐거워 하고 있었지. 어떤 녀석은 친구의 손을 이끌어 춤을 추는 것처럼 만들기도 하고 발을 걸어 넘어뜨리곤 했었지. 마치 이만한 유희는 없다는 듯이 모두들 즐거워 하고 있는게 보였어.


그리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무엇인가도 보였지.


-피가 필요해."


선생님은 이미 커피를 다 마시고 있었고, 나 또한 커피를 다 마셨다. 난 이이야기의 공통점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었다. 나나, 이야기속의 두 사람은 모두 피가 필요하다라는 소리를 누군가에게 들었다는 것이다.


"...."


커피를 다마신 컵을 책상에 놓고 선생님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친구는 무서워서 도망치기 시작했어. 귀신이라든가 악마라든가 신의 피조물이라 하지만 인간은 이 세상 것이 아닌 건 혼자 감당할 힘이 없거든. 묵주는 손에 들려진 채로 춤을 추듯 이리저리 짤랑거렸고 자신의 귀에서는 여전히 이런 소리가 들려왔어


-난 네 친구를 죽일 거란다.


-피가 필요하거든


-난 네 친구를 죽일 거란다.


-피가 필요해


'그만!!!!!!!!!!!!!'


이라고 소리쳤을 때는 어느새 학교 운동장이었어. 어디선가 '가지마' 라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그런건 문제가 아니었어. 나는 듯이 집으로 들어간 그 애는 그날 새벽까지 귀에서 울리는 목소리 때문에 잠을 못잤지. 눈을 감으려 하면 어디선가 그 빌어쳐먹을 목소리가 들려왔거든.

그리고 그런 저주같은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었고 하나의 꿈처럼 아니면 친구가 만들어논 깜짝체험이기를 바라며 학교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아침 TV뉴스에서 이러는 거야


'오늘 모 고등학교에서 모 학생 온몸이 난자당한채 발견했습니다. 사인은 날카로운 흉기에 이리저리 찢겨 급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장 발견 당시 이 학생은 온몸에 피가 빠져나간 것처럼 창백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피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다른 곳에서 죽인 후 이리로 가져온 것 같다며 밤 7시 이후로는 학생들의 출입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아마 교실에 어질러진 여러 가지 물건들로 보아, 신흥사이비 종교 소행이거나 어떤 정신병자에 의한 사건 같습니다. 이런 사건이 한국에서도 일어난 것은 처음이며, 경찰은 주위에 있는 수상한 사람들부터 수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라고"


"그 사건은 어떻게 되었나요"


"......미해결"


".........."


"그리고 그 애는 다시 선생이 되어서 이 학교에 다시 부임했지. 다시 뭔가에 이끌린 것처럼"


"그렇다면 혹시....."


"저기 저애가 보였다고 했지?"


"네"


"저건 3년전 이곳에서 자살한 아이란다"


어느새 그 애는 우리를 바라보고는 싱긋 웃고는 우릴 향해 날아오는 듯 하다가 사라져버렸다.


"또 붕대를 온몸에 칭칭 감고 다니는 애도 봤는데요"


".......그건 내 친구."


"아하......"


"또 하얀 소복을 입은 채 머리를 늘어뜨린 귀신도 봤어요"


"그 녀석이 이 사건의 주범이지"


선생님은 책상에서 내려오고는 나에게 말했다.


"난 그 녀석을 없애버릴 거야. 아니 다르게 말하면 성불시키는 것이겠지. 무슨 한이 있는 지 몰라도 여전히 이 학교에 떠돌아다니고 있어. 내 친구도 녀석 때문에 죽었고, 나 또한 그녀석 때문에 저주받은 인생을 살고 있어. 성불시킬 꺼야. 다른 녀석들도 모두. 그리고 이 학교 또한."


"저......이만 가볼께요"


뭔가 대단한 걸 알아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커피잔을 내려놓고 양호실을 나갈 때 누군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피가 필요해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하얀 소복을 입은 그 녀석이 내 뒤에 서 있었다. 그리고는 약간 보이는 미소를 지은 채-


-네 피가 필요해


라고 말하고 있었다.


양호선생님을 찾아봤지만, 그는 없었다.


-피가 좋아


무엇인가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피가 좋아


모든게 모든게 모든게 잘못되어 있었다. 양호선생도 나도 학교도 내 앞에서 히죽거리고 있는 녀석도 모든게 모든게 모든게-


-더 많은 피가 필요해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거 이상한 일이야"


노련해 보이는 중늙은이 형사가 사건현장을을 보고 시체에 씌워진 도포를 열어보고 말을 내뱉자, 옆에 있던 어리숙한 신참처럼 보이는 작자가 물었다.


"네?"


"이 학교에서 똑같은 사건이 두 번씩이나 나다니......이건 대체. 시체의 사인이나 현장에 피가 없는 게"


"예전에도 이런일이 있었나요?"


신참의 눈이 반짝인다. 사람의 호기심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응, 내가 신참이었을 때-있었지. 살인 방법이 비슷해. 어쩌면 모방범죄일까? 아니면 주기가 있는 것일까"


신참은 숨을 들이마쉬며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줄을 쳐진 곳을 경계로 마을에 있는 호기심 많은 구경꾼들과 쉬는 시간을 통해 할 일 없이 온 학생들과 특종 한번 잡아볼까 해서 온 기자들과 그 인파를 막으려는 순경들이 한데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간간히, 물러가 주세요. 라든가 현장을 훼손하면 징역 몇 년과 벌금 얼마...라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러게 말이죠. 그건 그렇고 이 양호실은 예전부터 쓰이지 않던 곳인데 왜 이곳에서 죽어있을까요. 게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진지도 몇 년이 지났었는데."


"거참 모를일이야"


중늙은이 형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에 있던 신참이 다시 물었다.


"근데 그 때 사건은 어떻게 종결됐죠?"


"미해결"


형사는 손에 씌워졌던 장갑을 벗고 인파를 헤쳐가며 사라졌다. 신참은 시체와 현장을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정말 모를일이야' 라고 중얼거리고는 자신의 선배를 따라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이제는 안쓰는 곳의 양호실에는 먼지와 햇빛과 거미줄만이 살고 있다. 무거워서 옮기지 못한 커다란 가구와 망가져버린 책상들이 모여있다. 이제, 시선은 천천히 방 왼쪽구석에 있는 유리가 깨진 약품도구를 놓던 가구에서 다리와 책상면이 부서진 낡은 책상으로 옮겨진다. 그리고는 시선은 180。돌아 뭉개진 시트와 녹슨 침대철골을 본다. 그리고 왼쪽으로 옮겨지면서 선반이 있었던 흔적이 보이는 벽면이 보인다. 그리고 시선은 옮기고 옮겨져 땅바닥 구석에 떨어진 한 사진에 머무른다.

흑백사진.  50년은 되보이는 사진.

한 안경 쓰고 손에 묵주를 걸치고 있는  남자와 긴 생머리를 자랑하는 예쁘장한 아가씨가 같이 찍은 사진.

오른쪽 옆에는 그 당시 사진 옆에 하얀 글씨를 쓰는 유행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필요한 만큼 우리의 사랑이 더욱 절실해지기를.


시선은 그 사진에 약간 머물다가 양호실 문을 향해 다가간다. 그리고는 문을 통과하고, 아래에 있는 시체를 한번 슬쩍 보고는 그리고 복도창문을 통과하고는-








-끝-

 

지금봐도 알수 없는 소설

 

나중에 고쳐야지

 

두번째로 써본 공포소설

 

첫번째는 나는 귀신이다라는 관동군새키들 나오는 소설. (그거 여러군데 복사해서 올렸는데 내가 소설 백업한 곳들이 다 망하더라...)

 

그건 귀신이 온다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면

 

이건 화이트데이에 영향을 받았다.

by noname | 2007/01/25 18:24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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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 2007/01/25 18:22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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